누드화 누가 울러 -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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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누가 울러 - 1988년
장르 누드 (인물화)
작품사이즈
작가이름 천경자
연락처 010-7569-7338

미인도의 위작 논란과 관련하여 “내 작품은 내 혼이 담겨 있는 핏줄이나 다름없어요.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어요? 나는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이 없습니다”라고 절규하며 절필 선언을 했던 천경자(千鏡子, 1924년 ~ 2015년) 화가는 전설의 ‘생태’, ‘내 슬픈22페이지’ 등 대표작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고 뉴욕으로 훌쩍 떠났었다.


꽃다운 나이 16세에 일본의 도쿄여자미술대학에 유학하며 당시 입체파와 야수파가 풍미하던 일본 화단에서 서양화풍의 그림 보다 섬세하고 고운 채색화의 일본 화풍에 매료되었던 그녀는, 이후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잘 알려진 여성 화가 중 한 명이되었다.


나는 무섭고 징그러워 뱀을 참 싫어한다. 그러나 가난, 동생의 죽음, 불안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친 듯이 뱀을 그렸다. 징그러워 몸서리치며 뱀집 앞에서 스케치를 했고, 그러면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전통 수묵화를 답습하는 대신 화사한 색감과 꼼꼼한 세필로 한국적 채색화의 독립선언을 했다. 625 피란지 부산에서 징그러우면서도 황홀한 뱀 무리를 그린 ‘생태’(生態·1951)로 생애의 의욕을 찾던 천상 낭만주의자였다.


고향 남도의 판소리 가락처럼 천경자의 작품에는 절절한 애상의 흥타령이 배어있다. 그는 글을 잘 쓰는 드문 화가였다. “한(恨)이란, 깊은 우물 속에 깔린 신비한 보라색, 파아란 담배 연기가 흩어지는 분위기, 이제는 삭아 가라앉은 소리… 내 그림 속에다 아름답다 못해 슬퍼진 사상, 색채를 집어넣으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 바로 한이다.”

이 작품 '누가 울어’는 80년대 후반 65세인 그가 미국 중서부 여행을 마치면서 ‘누가 울어’ 시리즈로 제작한 그림 중 하나이다. 드로잉과 누드 작품도 많이 했으나 섹시함이나 에로틱한 감성보다는 마치 자신의 자화상처럼 고독과 우울한 감성을 보여준다. 이 그림은 관능적인 여인보다는 우수에 젖은 채 검은 카펫 위에서 혹독했던 지난 삶을 돌아보는 회고적인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운명의 상징처럼 즐겨 등장하는 트럼프, 화가 옆에서 웅크리고 있는 강아지들, 모델은 ‘쫑’이란 별명의 둘째 딸이라고 하는데 실제 얼굴은 화가 자신과 닮아 있다. 작품의 모티브는 딸을 통해서 얻었지만 작업 과정에서 자신의 얼굴을 그렸다. 그래야 그림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카펫 위에 엎드려 정면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개들은 실제 작가가 기르던 애완견이다. 천경자 화백은 이 구림을 그릴 때 배호의 ‘누가 울어’를 틀어 놓고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같은 이슬비

누가 울어 이 한밤 잊었던 추억인가

멀리 가버린 내 사랑은 돌아올 길 없는데

피가 맺히게 그 누가 울어울어 검은 눈을 적시나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같은 이슬비

누가 울어 이 한밤 잊었던 상처인가

멀리 떠나간 내 사랑은 기약조차 없는데

애가 타도록 그 누가 울어울어 검은 눈을 적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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